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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건강의 실태를 보여주는 기묘한 개발도상국 사건들

by 민토란 2023.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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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근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두개를 공유한다. 제목이 자극적이나,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들이며 이를 통하여 현지의 보건 실태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 아프리카를 처음 가본 한국인의 마인드셋으로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충격의 두 가지 썰들만 가져왔으나, 실제로 더 해괴한 보건 상황이 많았기에 아프리카 거주자라면 개인적으로 많이 특별한 일들은 아닌 것 같다.

 

1. 마라톤 뛰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튀니지 보건복지부 장관

튀니지 고 보건복지부 장관 Slim Chaker, 마라톤 도중 사망

 

2017년 겨울, 당시 56세 였던 튀니지 보건부 장관인 Slim Chaker는 암 치료 병원 설립을 위한 모금 마라톤에 참가하였다 사망하였다. 본보기 주자로 500m 달리기를 하고 연설을 하였으나, 도중에 갑자기 심장마비가 와서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튀니스 수도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의 추모와 함께 생을 마감하였다. 사건의 여파로, 이듬해의 마라톤이 취소되었고 그 다음해에서나 마라톤이 개최가 되었다. 나는 이듬해인 2019년도의 마라톤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아직도 중간 지점 및 완주지점에서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구급차가 기억나며, 그때 달리던 사람들 모두가 고 튀니지 보건부 장관을 떠올렸을 것이다.

 

해당 사건으로 나는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아직도 '건강한 삶'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확립하지 못하였음을 체감하게 되었다. 튀니지에서는 헬스장이라는 곳이 지방에는 매우 드물거나 없는 경우가 많았으며, 수도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수준이 되면 부르주아나 외국인이었다.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가 습관화된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운동 습관을 기르며, 이에 대한 부추김은 학교에서의 건강한 육체와 멘탈의 소유자들의 이미지가 강한 운동부에 대한 선망과도 이어진다. 어릴때부터 운동과 건강이 무엇인지 보고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선진국은 그만큼 육체적 및 멘탈적인 건강에 대한 의식이 높다. 한국 또한 건강에 대한 의식이 근래 10년 동안 어마어마하게 상승하여, 현재 20-30 청년들이 루틴한 운동을 하며 건강을 챙기는 문화가 생겨났지만, 여전히 미국 만큼의 운동에 대해 죽고 못 사는 문화는 아니다.

 

아무튼, 나는 건강에 대한 인식은 학교에서 나온다고 본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 그렇겠지만, 풀이 덮힌 운동장이 많다. 잠깐 귀국하여 경험한 한국의 중학교의 흙 운동장에 놀라며 익숙해지지 못하겠다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한 중국 학교의 아스팔트 운동장을 곧 경험하게 되었다. 건강에 대한 기조도 국가마다 달랐다. 미국은 정말로 '건강'해지기 위한 운동, 한국은 교과과정 수료를 위한 운동. 중국은 군사훈련과 정신교육을 위한 운동이었는데, 중국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운동보다 보여주기식 행과열을 맞춰서 하는 칼군무 체조와(국민체조), 정신 교육을 위한 오래 달리기나 국가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단체 표현이나 율동, 수치로 능력과 순위를 증명할 수 있는 멀리뛰기와 줄넘기, 제기차기 같은 것들이었다. 정말 웃기게도, 협동심을 기르는 운동은 안 가르쳤던 것 같다. 아, 남자아이들은 농구 정도를 재미로 하였는데 정식으로 가르친건 아니었다.

 

아무튼, 나는 튀니지의 학교를 경험해본 적은 없으나 이번 사건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운동과 보건에 대한 생각을 시작하게 되었다. 튀니지 수도에 있는 헬스장의 개수와 실 거주자 수를 비교하면, 아직 건강 보존에 대한 의식과 인프라 수요가 덜한 것을 알 수 있다. 어른의 의식도 부족한데 아이들은 말해 무엇하랴. 고 Slim Chaker 튀니지 보건부 장관은 아마 여느 개발도상국과 같이, 운동을 통한 건강보다는 현재의 부족한 보건 인프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 노력하였을 것 같다. 튀니지  건강 면에서 국민의 의식이 높아지기까지, 시간은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2. 탄자니아에 코로나가 없다고 선언한 탄자니아 대통령, 코로나로 사망

2020년도 12월 31일 Lancet 자료. 탄자니아는 확진자 집계를 멈췄다.

 

탄자니아는 2020년 4월 29일, 국내 코로나 확진자 509명, 그 중 사망자 9명을 보도하였고, 이를 마지막으로 코로나에 대한 집계를 멈췄다. 전세계가 본격적으로 코로나 역병으로 시달리기 시작한지 4개월만의 일이다. 위의 Lancet 보고서를 보면 주변 국가는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는데, 아프리카에 진단 키트의 수요가 모자랐던 것을 기억하면 아마 저 수치의 4배로 사람들이 걸리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당시 탄자니아에서 보건 사업을 하던 자로서, 2015년부터 근 6년 넘게 독재정치를 하던 John Magufuli 마구풀리 대통령의 'No Corona' 정책이 달갑지 않았다. 국경도 엄하게 지키지 않는 나라의 가장자리에는 난민이 많았고, 차만 몰면 금방 건너올 수 있었기 코로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전무했으며, 설상가상으로 마구풀리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세계가 국경을 닫을때 혼자 탄자니아의 문을 개방해두었다. 덕분에 코로나에 지친 많은 외국인들이(특히 러시아 항공사는 아예 잔지바르 직항 상품을 팔았다) 휴양지인 잔지바르 섬으로 들어왔다. 이로서 잔지바르 섬을 통치하던 부대통령 Seif Sharif Hamad 은 코로나에 걸렸고 2021년 2월, 77살에 사망하게 되었다. 그는 본토의 마구풀리를 대적하는 야당 출신답게 자신이 코로나에 걸렸음을 공식 선언하고 떠났으며, 이는 맹목적인 마구풀리 신봉자가 많은 탄자니아 본토에 아주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구풀리는 관광 수입으로 돌아가는 탄자니아의 경제를 선택했다. 언론 탄압이 시작되었고, 사망자 사진을 올리거나 언급한 시민들과 기자들은 잡혀서 감옥에 갇혔다.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으로 탄자니아 경찰이 비닐에 싸여진 시체를 밤에 옮기는 동영상이 공유되었는데 이 또한 국가에 의해 삭제되었다. 마구풀리는 이에 멈추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국가 예배(기독교 나라이다)를 하며, 마스크는 백인들의 자본주의 계략이며, 코로나는 없으며 음악을 틀고 신을 믿으라는 말을 하였다. 당연히 집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였으나 마스크를 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호흡질환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증기를 흡입하고, 레몬그라스차와 마다가스카르에서 수입한 열대과일을 먹으면서 예방하라고 하였다. 해당 상황을 현지에서 경험한 나도 어이가 없지만, 거짓없는 실화이다. 

 

마구풀리 대통령. 해당 사진은 코로나 중 사진이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얼마없는 강한 대통령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암암리에 장례식이 엄청 치뤄지고 있었고, 국민들은 가족들의 사망원인을 각자 다른 병명으로 포장하기 급급했다. 비공식적으로 코로나 역병이 두번 크게 돌았는데, 나는 므완자에서 두번째 역병에, 2021년 5월에 걸리게 되었다. 이때는 오미크론 하위변이가 아닌, 더 강한 델타가 유행하였을 때였다. 먼 나라에서 대한민국의 선진 방역 소식을 들을때면 내 처지가 슬펐는데, 그 이유는 탄자니아의 의사들조차도 내 병명을 진단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 언론 검열이 두려워 나의 병명은 무려 4개 : 말라리아와 천식, 타이포이드 그리고 알레르기였다. 약을 처방해야했기 때문에, 비슷한 증상이 있는 모든 질병을 적은 것 같다. 실제로 그 약을 먹고 또 탈이 났다. 

 

현지 진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 코로나 검사 비용이 한화 10만원 (100 달러)였는데, 그 금액을 낼 수 있는 외국인들만 검사를 받았다.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탄자니아인들도 지원해주겠다고 하였는데, 단 한명도 검사를 하지 않았다. 아무튼 검사 비용을 내면 음성이면 음성이라고 결과가 나오고, 확인이면 '확실하지 않으니 7일 뒤에 재 검사'하라고 한다. 7일 뒤에 검사해도 똑같이 나오길래 전화를 걸었더니 검사 결과가 불분명하다고 했고, 당시 회사 근무 중이라 격리를 위한 증빙이 필요했던 내가 10번쯤 집요하게 전화하니 샘플을 검사하는 연구원이 내 목소리를 듣고 화내면서 "Stop calling, you are positive Miss!" 라 하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결국 마구풀리 대통령은 언론 탄압, 언론 플레이를 하다 주변의 측근이 한두명씩 코로나에 걸렸고, 결국 자신도 걸리게 되었다. 엄한 함구령 속에서 가나의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질병 개선의 차도가 없자 인도의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그 과정에서 사망하였다.  이런 나라에서 백신을 논하는 것은 절망스럽다. 마구풀리 대통령 사망 이후 COVAX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백신이 들어왔을때에도 그가 이미 해놓은 선동 - 백신은 백인들의 자본주의의 산물이자 아프리카를 마루타로 만드는 방법 - 으로 더 이상 백신 신뢰성이 없는 상태였다. 같이 일하는 고학력의 탄자니아 간호사 또한 나에게 백신을 맞으라 권유하고 정작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은 한명도 맞지 않았다. 이성과 감정이 따로 노는 게 이거구나 싶었다. 뒤늦게 다음 대통령이 마스크, 사회적 거리두기, 손씻기를 주장하였으나, 6년 동안 집권한 강력한 전 독재자가 뿌려놓은 불신의 씨앗은 거두어들이기 힘들었다.

 

탄자니아 수도의 국가 공중 보건 연구원. 여기서 검체 체취한 결과가 분석된다. 출국을 위한 PCR 음성 결과서가 발급되기에 매번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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