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드디어 베드버그(빈대)가 들어왔다.
돈 없는 대학시절때 여행갔던 포르투갈에서 묵었던 혼숙 도미토리에서 베드버그에게 일렬로 다다다닥 물린 기억이 떠오른다. 덕분에 베드버그 퇴치를 위해 아끼던 후디(hoodie)와 가방을 버린 기억이 있다. 최근 한국에도 빈대가 들어왔다고 하던데 질병에 대한 고찰을 하게된 다분히 인상적인 일화를 이참에 풀고자 한다. 탄자니아 파견 당시, 네팔로 파견 나가시던 프로젝트 담당 분이 격으신 일이다.
모기장과 베드버그의 딜레마
아프리카 말라위 현지는 말라리아가 존재하는 곳으로, 가정 내의 모기장의 보급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해당 국가는 말리리아 발병률을 낮추기 위한 일환으로, 일반 모기장보다 더 효과가 좋은, 모기 퇴치제가 발려져 있는 모기장을 집집마다 보급하였다. 한 가지 유의사항은, 바깥에 장시간 두면 모기 퇴치약의 효과가 감소하기에 집에 계속 둘 것을 권했다.
보급사업이 진행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햇빛에 모기장을 말려두고 있는 르완다인들을 보고 그 프로젝트 담당 분께서 물으셨다.
"모기장에 모기약이 발려있는데 왜 바깥에 말리고 있나요?"
답변은 이러했다.
"우리 집들이 빈대가 많은데 모기장도 오염이 되어 있어 빈대 퇴치를 위해 햇빛에 말려야 해요."
정말 웃기게도, 그 곳의 말라위인들은 말라리아보다 당장 빈대가 급했다.
빈대 잡겠다고 모기 퇴치 효과를 없앨 수 밖에 없는 건, 참으로 제 3세계 다운 보건 딜레마였다.
그때는 이 일화를 듣고 어이 없음에 웃었는데, 순간 얼룩 날개 모기도 한국을 상륙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어 심각해졌다.
얼룩날개모기는 말라리아 뿐 아니라, 미열, 몸살, 피부 발진을 일으키는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이기도 한다. 본래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가 주 서식지고, 질병청에서는 아직 3급 중점 관리 감염병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국내 말라리아 모기 상륙, 그리고 베드버그로 이런 <모기장과 베드버그의 딜레마>는 더 이상 지구 반대편의 문제만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온난화와 질병 분포의 관계
실제로 국제보건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현재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리적 질병 분포가 급속히 변경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구온난화로 현재 존재하는 감염병의 50% 이상이 영향을 받고 있다. 그 중 지카 바이러스, 말라리아, 치쿤구니야 열 바이러스, 진드기매개뇌염바이러스가 지구온난화에 힘입어 가장 빠르게 퍼지기 좋은 질병들이다. 해당 질병들의 공통점은 바로 벡터 매개성을 띈다는 것이다. 이처럼 물리적으로 지역간 이동이 가능한 숙주를 가진 질병은 빠르게 퍼져나간다. 온난화와 더불어 두번째로 퍼지기 쉬운 질병은 바로 수인성 질병이다. 이러한 유형에는 콜레라, 타이포이드, Leptospirosis, E. coli가 있는데, 이는 불어나는 자연재해의 가능성 (홍수 및 강수량 증가, 강수 지역변형) 에서 기인한다.
감염병을 옮기는 벡터 중 가장 영향력이 큰 벡터는 단연 모기이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 중, 국제적으로 질병 부담이 가장 큰 감염병은 말라리아이다. 그 이후에 주목해야하는 것은 모기를 매개로한 플라비 바이러스이다. 플라비 바이러스 종의 대표 질병인 뎅기열 바이러스는 아직 한국에서는 많이 생소하지만, 동남아시아 열대지방에서는 매우 공포스러운 병이다. 그 이유는 두번째 감염시 감염개체는 죽기 때문인데, 이는 뎅기열 바이러스만의 항체 의존성 향상 (Antibody-Dependent Enhancement) 현상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뎅기열 바이러스는 4가지 혈청형이 있는데, 뎅기열 혈청형 a에 감염된 후 완치되거나 a백신 접종 후 형성된 항체가 두번째 b,c,아니면 ,d 뎅기 바이러스 감염시에 숙주 세포 내 부착, 침입 및 증식을 돕게 되어 질병의 중증도를 높여 감염 개체로 하여금 사망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때 숙주는 강한 통증과 함게 끊기지 않는 간 출혈인 뎅기 출혈열 (Dengue hemorrhagic fever)를 겪게 된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는 질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 뎅기열과 같이 질병과 종의 결합으로 인한 공포스러운 바이러스로의 진화, 변형 및 증식이 끊임없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규제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