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논문 쓰기는 누구나 거치는 과정인데, 연구 주제를 정하고 논문을 쓰기까지의 내 스토리를 조금 풀어보고자 한다.
LSHTM 내의 프로세스를 경험한거라 타 영국 학교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최후까지 연구주제가 없어 발을 동동 굴려봤기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곳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내가 한 방식으로도 연구 주제를 따서 쓸 수 있구나를 알려 이후 입학생에게라도 좋은 참고자료가 되었으면 해서 남긴다.
그리고 타 동기들이 다 연구 주제를 확보하고 있을때 나만 연구 주제가 정해지지 않았을때의 초조함을 극복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LSHTM 에서 연구주제를 정하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이며 장단점을 먼저 적어보자면;
| No. | Method | Pros | Cons |
| 1 | 교수 연구에 붙어 랩실 생활 | - 연구자를 잘 챙겨준다 | - 교수를 잘 만나야한다 |
| 2 | 제약회사 및 국제기구 등등 외부기관 연구 의뢰 참가 | - 연구자를 잘 챙겨준다 | - 경쟁이 빡세다 |
| 3 | 직접 연구 | - 정말 원하는, 100% 연구하고 싶은 연구가 가능하다. | - 직접 지도교수를 구해야한다 - 이해관계가 얽힌 프로젝트가 아니라 교수 지도가 어려울 수 있다. |
1. 대학원 교수 연구 참여 (랩실 생활)
매년 11월이 되면 학교 측은 대학원 교수들이 수주를 받아서 진행하는 연구에 석사 학자들을 연구생으로 뽑는다고, 연구 주제와 교수 연락처가 적힌 리스트를 12월 초에 돌릴 것이라고 공지한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리스트가 나오는데, 당연히 100% 내 마음에 쏙드는 연구가 안 보일 것이다. 이유는 석사생이 생각할 수 있는 주제에는 한계가 있고, 학교에서 진행되는 연구는 기본 연구에서 많이 벗어나 이미 많이 니치하다. 때문에, 우리가 석사기간 배운 지식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한 기초적이고 멋져보이는 주제랑 많이 벗어나 있다.
이때, 12월 초에 나온 리스트가 애매하다 해서 이메일을 보내놓지 않으면 진짜.. 나중에 낭패를 본다. 1월 - 2월에 2차 연구 리스트가 나온다 해서 컨택을 안 돌렸던 나는, 2차 연구 리스트가 1차 리스트보다 더 주제가 적었던 걸 모르고 그것만 기대했다. LSHTM은 참고로 형평성을 위해 연구생을 선착순으로 받는다.
1월 중순에서야 너무 늦게 보낸 내 이메일이 다 거절이 되고 나서 (심지어 내 앞에 4명이 대기타고 있는 주제도 있었다), 생각해뒀던 대략적인 연구 주제를 들고 직접 교수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되게 유명한 경제학자 한명이 있었고(나는 몰랐지만), 주제를 받고 마음에 들어 연락했더니 CV와 1학기 성적을 달라고 했다. 성적이 나쁜편이 아니었고, 제출했는데 갑자기 미국에 있는 대학원에서 석사생을 한명 구했다고 연락을 줬다. 알고보니 그 교수 학교 프로필에는 자기는 영국 내 몇위 안에 드는 보건 경제학자이며 연간 보건 경제로 얼마를 버는 사람이라고 직접 써놨던 콧대 높은 사람이었다. 이후 연구에 의사와 좋은 미국학벌을 가진 친구들을 연구생으로 받았다고 들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외부기관 공동연구
사실 내가 이렇게 늦게 이메일 연락을 한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보건 경제학을 전공하던 중 의약품 경제학에 빠져 제약회사랑 꼭 공동 연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1월달에 마침 제약회사를 포함한 외부기관들이 학교로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하는데 (2-3 군데로 많지는 않다), 이는 교수랑 이미 하고 있던 연구가 아니라 새로 들어오는 연구이다. 따라서 해당 연구를 받으면 내 연구를 슈퍼바이징 할 학교 교수를 직접 찾아다녀야한다. 내가 지원한 곳은 IQVIA, MSD 랑 Pfizer 연구인턴인데, 본학교 뿐 만이 아니라 타 학교까지 경쟁자가 있기 때문에 정말 경쟁이 심하다. 특히 MSD는 연구 주제 4개가 모두 질적 연구라 그닥 도움이 안되는 것들인데, 연구 주제별로 인터뷰 숏리스트만 10명이 있었다고 들었다. 내 의사 친구도 인터뷰를 보고 떨어졌었다. Wellcome Trust도 12월에 인턴을 뽑고 있었는데, 지원자가 너무 많아 1월 발표가 3월 중순을 넘어서 났다. 1300:6의 어마어마한 경쟁을 미리 체험했던터라 너무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아, 참고로 Data Science 학과나 Med Stats는 100% 외부에서 데이터 분석을 해달라고 외주가 온다. 따라서 거기 학생들은 리스트에서 1-3 순위로 적어서 내기 때문에 따로 연구 주제를 위에서 받아 연구 주제 걱정은 없다 (물론 좋은 기업이나 주제는 사람들이 몰린다).
3. 직접 연구 - 나의 경험
거의 80% 넘는 학생들은 대부분 직접연구를 하게 되며, 나도 그중 하나였다. 이전 졸업생 중 친구 한명은 이를 대비해서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10가지 적어서 학교를 입학하는데 그 중 8개가 scope 가 너무 커서 잘리고 두개 중에 하나 선택해서 했다고 한다. 이도 좋은 방법인데, 석사 들어오고 나서야 하고 싶은 것을 찾은 나는 와서 연구 주제를 정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제약회사랑 너무 연구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주제를 정해서 비교적 잘 아는 교수를 찾아가서 아는 제약회사를 연결해달라했다. 그리고 천운으로 성공적인 연결이 되어 1) 제약회사랑 1차 연구 주제를 조율하고, 2) 제약회사 내 해당되는 팀에 연구주제 브리핑 PT 및 승인의 과정을 거쳤다. 암튼 제약회사랑 하면 장점이 너무 많은데.. 필요한게 있으면 끊임 없는 인적 커넥션을 만들어준다. 예를 들면 epidemiological data, clinical data 가 있는 일본 병원의 의사랑 연결해서 데이터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던지, 정책 조언이 필요하면 중요보직의 일본 관료나 전문가를 연구생에게 소개해준다던지. 확실히 리소스가 많아서 연구 논문이 잘 나올 수 밖에 없는 것 같은 구조다. 참고로 이 회사 안에서 연결받은 사람들 중에 LSHTM 출신이 진짜. 진짜 많아서 놀랐다-영국기업이라 그럴 수 밖에 없나 싶으면서도.
암튼 나와 같이 강한 의지로 직접 모든 경우를 발로 뛰어 해낸 사람은 극히 없어, 친구들도 교수님도 놀랐던 것 같다. 특히 리젝을 6번 받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그땐 너무 암울했다.
마무리하며..
LSHTM이 옆 학교인 LSE와 비교해서 학부생이 없다보니 인턴 공고가 그만큼 많지는 않다. IQVIA Health Economist 인턴도 우리학교로 온게 아니라 사실 옆 학교 LSE 친구가 던져준 공고였다. 이처럼 뛰어난 인력에 비해 공고가 부족한 것에 문제를 느껴 학생회랑 같이 대면 커리어 페어를 다시 부활시키기는 했지만. 우리학교는 학생을 위해 연구만 할게 아니라 마케팅을 더 해야한다 생각한다. 연구 주제 찾는 다음 기수생들은 모두 화이팅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