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건 정책 중 NHS 의료인 보상 시스템을 공부하다가 생각나서 끄적여본다. 영국 보건 시스템은 배울 때마다 답답한 느낌이 드는데, 보건 서비스 행위자 및 소비자 모두에게 시원하지 않은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LSHTM 와서 느낀 것은 영국은 한국보다 더 의사들이 탈주하고 싶어하는 나라이다. 영국에서 의사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국가는 의료 서비스비를 병원과 계약해서 '구매'하며 계약한 비용에서 의사 월급이 나온다. 국가가 의료 인건비 상승을 원하지 않으니 사설 의료 클리닉과 같은 개원도 어려우며, 큰돈을 벌 수 없는 구조이다. 장기적으로는 사업가가 될 한국 의사들과 달리 이들은 월급에 국가가 정한 capitation (상한선)이 있고, 워라밸도 나쁘기 때문에 본국을 탈주하고자 하는 마음이 한국의사들 보다 더 크다. 대부분 워라밸이 보장된 호주나 뉴질랜드, 홍콩 등 연방 국가로 가고자 한다. 또한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문의 과정을 거치는 사람보다, 가정의학과인 GP (General Practitioner)를 더 많이 한다.
참 아이러니 하게, 자유주의 국가에 보건 시스템만 공공재로 설계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영국은 Universal Health Coverage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보건 서비스 수혜의 기회를 주기 위해 보건 비용에 상한 선을 둔셈이다. 영국 보건이 눈에 띄는 이유는 이렇게 의사를 공무원으로 만든 나라가 없기 때문인데, 내 생각에는 마치 독재와 같은 보건 시스템 관리 때문에, 전체적인 질과 효율성은 한국과 비교해 낮다. 이는 소비자(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도 그런데, 의사를 보기 위해서 국가 NHS 시스템을 통해서 자신이 등록된 집 근처의 의료기관에 가야하고, 거기가 마침 바쁜 곳이면 (백프로 바쁘다) 일주일, 이주일 뒤 진료 예약을 해야하는데 이 점에서 need가 있는 시점에 바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점이 불편하다. 장점은 진료는 무료이고 처방만 돈을 낸다.
강자와 약자 모두에게 평등한 보건 시스템이라고는 하는데, 자국민은 혈세로 내고, 유학생은 (2015년 이전에는 없었던) 300만원 이내의 NHS 비용을 비자 발급 시 사전에 내고 간다. 많이 냈기 때문에 수혜를 많이 보라고 권유받지만, 이를 방해라도 하듯이 진료 예약과 변경이 골치 아프다. 미용실이나 네일샵과 같이 하루전, 몇시간 전에 예약하고 갈 수 있는 한국의 수 많은 사설 병원보다 많이 떨어진다. 질은 한국보다 좋은지를 따지자면, 일단 시간적인 면에서 전문의를 만나려면 반드시 referral 이 필요한데 이 referral을 받고 또 전문의를 예약해서 2주 기다려서 가야하고, GP들은 대부분 지쳐있다. (적어도 나와 같이 Part time 일하면서 수업듣는 GP는 그랬다)
이렇기 때문에 LSHTM 수업에서는 아예 보건 서비스에 자유경쟁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토론을 한다. 열심히 일할 의욕이 떨어지는 의사들에게 경쟁을 부여하자는 의견에 의료 서비스의 질이 관리가 안된다고 한다. 이거는 개발도상국에서는 또 일리가 있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한국 - 그 치열한 적자생존에, 병원이 맛집과도 같이 별점으로 평가되는, 정보 투명성이 보장된 사회에서는 적용이 안된다는 것을 와보면 이해하지 않을까 한다. 의사들의 탈주를 막자고 서비스 후기나 진료 숫자에 따라서 Pay-for-service 즉 인센을 부여하거나 월급을 깎는 방법을 취한다고는 하는데, 공무원 동기 부여 인센은 정부 상한선이 있어 큰 동기 부여가 안될 뿐더러 이미 연봉 적어 화난 의사들에 대해 의료 서비스 질에 대한 평가를 하고 그 수준에 때라 연봉이 올라거나 내려갈 확률이 있다면 나라도 기분이 별로 안 좋을 것 같다.
UHC (Universal Health Coverage)를 유지하겠다고 이렇게 의료인을 희생시키는 정책의 이면은 웃프게도 깊게 뿌리박힌 평등주의다. 의료 서비스는 조금 답답하지만, Ethics에 기반한 소외 이웃, LGBTQAI, 장애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는 또 확실해서, 맞춤 지원 등이 의료 뿐이 아닌 사회 곳곳에 있다. 의료는 돈이 있는 자가 소유하는게 아니라는 사상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 NHS이다. 아마 이 특이한, 모두를 포용하고자 하는 약자 보호 사상과 정책 덕에, 보건 공부를 하러 영국으로 전세계에서 오는 것 같은데, 솔직히 효율성과 output은 한국이 더 낫다.
이렇듯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제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최대한 시스템의 장점을 살리면서 유지해야하는데 내부적으로는 곪고 있는 문제가 많고 의료인들의 집단 strike는 2022년부터 작년까지 꾸준히 단기적으로 일어난다. 의사보다 간호사 대우가 더 안 좋다. 의료시스템 공공재화의 최대 이득은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하는 구매자 즉, 정부이고 이 제도가 유지되는 것은 아마 한국 빨리빨리 정서와 대비되는 영국 시민들의 "chill"한 특성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아, 한가지 의사들에게 좋은 점이 있다면, 의료로 가지는 권한이 크기 때문에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는 것을 쉽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 시민들이 의료시스템을 악용해서 입원을 좀 더 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것이 의료사고시의 보호로 이어지는지 즉, 의료사고가 터졌을때 한국은 책임을 의사가 대부분 지지만, 영국에서는 정부가 의사들을 좀 더 보호해주는 것인지는 좀 더 알아볼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