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말,
Africa CDC(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기구)로부터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에서 개최되는 대륙 내 백신 투자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한 회의(Enhancing the Sustainability of Investment for Vaccine Manufacturing in Africa)에 초대되어 아프리카 제약회사 및 아프리카 대륙 내 백신 생산을 도모하는 key player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코로나 역병때 아프리카는 보건 외교력이 매우 딸려서 백신을 가장 나중에 받은 대륙이었고, 현재까지도 자본력이 부족하여 아프리카 내 생산되는 백신은 대륙 내 공급량의 1%이다. (1%는 이집트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 biogeneric (성분이 공개된 상태에서 조합하여 파는 바이오 복제약)만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이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Pandemic 때 아프리카 인구를 대상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백신 생산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국가들이 혈안인 상태였다.
Africa CDC는 2030까지 대륙 내 자급자족하는 백신의 비율이 60%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회의를 통해 아프리카가 제대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환경적인 개선을 해야할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아래 3가지 키포인트를 통해 요약하여 아프리카 제약시장 환경을 설명한다.
#1 아프리카 제약업체들의 근거있는 투자 자료의 필요 - Demand forecast : a million-dollar question for african vaccines
이번 회의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슈로, 아프리카 제약업체들의 근거있는 투자자료의 부족을 들었다. 대표적으로는 Market Evaluation - 수요의 수치화이다. 현지를 위해 사실 백신을 가장 많이 사는 기관은 UNICEF, GAVI와 같은 국제기구인데, 대부분은 국가필수 예방접종프로그램을 위해 백신을 조달한다. 해외 투자자들은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 이외에- 실제 돈을 내서 백신을 접종하려는 사람들이 얼마가 있는지가 너무 궁금하다. 백신불신주의가 많은, low-household wage인 아프리카 시장환경을 고려하면, 예방의학에 투자하고자 하는 인구수가 몇일지 가늠이 어렵다. 대부분 이런 경제적인 연구를 하는 기관도 해외 academia인데 (대표적으로 컨설팅 펌 CHAI-Clinton Health Access Initiative, UNIZIMA), 고려사항이 많고 불투명한 데이터가 많아 아직 조사가 미숙한 단계이다.
수요 데이터를 구한다고 하여도, 다른 의약품에 비해 백신제약에 투자하는게 어려운 이유가 한가지 더 있다. 아프리카의 잘사는 중상위권 나라들도, 백신 생산에 비해 high-return을 보장하는 oncology(항암제)나 Biosimilar (비교적 생산하기 쉬움)에 더 투자를 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백신은 이에 비해 투자수익률이 떨어진다.
하지만 한줄기 희망을 갖자면, 정확한 수요-공급 상황을 수치화하여 보여줄 수 있는 자료로 투자를 받고 생산이 된다면, Stockpiling 시스템을 갖고 있는 UNICEF과 같은 국제기구들은 기꺼이 아프리카 백신경제 활성화를 위해 아프리카 백신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Afrexim Bank는 준비된 자들에게 70%까지의 사업자금을 대출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그래서 내가 보았을때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많은 시장이며, 아프리카 내에서 제대로 하고자 하는 능력있는 제약업체들도 많으니 이제는 정확한 Market Strategy로, 누가 먼저 눈에 띄어 어떤 백신으로 대규모 투자를 받고 선두자가 되는지, 그 경쟁에 놓여있다고 생각된다.
#2 Fill-finish 단계의 예측가능한 투자를 원하는 해외 투자자들, DS(Drug Substance-약효물질), DP(Drug Product-완제품) 제조까지 원하는 아프리카 투자자들
Fill-finish는 충전 및 마감이라는 단순한 백신 공정이며, 해외에서 의약품 재료를 사와서 현지에서 백신 공병 (바이얼)에 담으면 되는 공정이다. 아프리카는 현개 9개의 생산가능한 백신 시설이 있는데(조금 과장되기는 했다-아직 역량 발전이 필요하다), 현재 대륙에 있는 모든 시설들을 합치면 연 20억 dose 의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Africa CDC 왈- overcapacity 수준의 매우 충분한 양이다.
문제는 현재 모든 해외 투자가 Fill-finish 공정을 위한 투자부터 진행하길 원한다. 당연한게, 현지에서 원료만 잘 배합해서 병에 담아 팔면되기에 가장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공정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낸 수익으로, 그 이후의 원료 제조 공정과 완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공정, 그리고 R&D 를 할 수 있는 투자금까지 마련하는게 합리적인 수순이기 때문이다.
딜레마인게, 이제는 아프리카 내에서도 많은 경쟁자들이 생겨났고 대부분 Fill-finish 공정까지는 다 투자를 받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은 안그래도 바늘구멍과 같은 투자 가능성에 합류하려면 Fill-finish 지원부터 받아야하는데, 이제는 Fill-finish 단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너무 많아져버려 경쟁이 많아, 투자를 받기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다. 이렇기 때문에 사업의 차별점을 두기 위해, Fill-finish 를 포함하여 DS, DP 까지 한번에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현재 구매자가 확실하지 않는 상황에서 DS, DP에 투자하는 판단은 비이성적이다. 결국에는 현재 상황을 타개 하기 위하여서는 어느 백신 회사든 무조건 첫 생산을 해내서 수익을 내야한다. 후발주자들은 백신 포트폴리오에 대한 심사숙고를 통해 어느 백신을 왜, 얼마만큼 제조를 할 것인지 정확한 사업계획으로 투자를 받아야할 것이다 - 1 번과 연결된다.
*참고로, 백신 포트폴리오를 정하는게 너무 중요한게 1) 같은 백신의 시장 포화상태여부 2) 백신에 따른 공정이 다른데, 투자 이후 수정하는게 거의 불가능과 가깝기 때문이다. (다수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공정도 그래서 인기이다. - 블록형 공정?이라고 불리는데 퍼즐처럼 끼워 맞출 수 있는 공정을 사용하면 A 백신을 제조하다가 B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3 아프리카 내 보건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
아프리카 내 백신 제약 가능성으로 주목받는 국가는 총 5개 - 가나, 르완다, 세네갈, 남아공, 케냐 (*CHAI에 따름)이다. 여기에 이집트도 있는데, 이집트는 이미 백신 생산 시설이 있기 때문에 해당 리스트에서 빠졌다. 이 5개 국가가 주목 받게 된 기준은 바로 ML 3 (Maturity Level 3)여부이다. Maturity Level은 WHO가 평가하는 국가별 의약품 규제시스템 성숙도를 의미하는데, 총 268개 지표를 평가하며, 성숙도 1등급(최저)부터 4등급(최고)까지 나뉜다. 참고로, 한국 식약처는 22년도에 22년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4등급을 받은 바가 있다.
위의 5개국가는 그나마 아프리카에서 (이집트 다음으로) ML3를 달성한 국가들로, 그나마 이 국가 식약처에서 인증하여 생산하고 유통되는 의약품은 믿을 만하다-라고 WHO에서 규정을 한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제약 투자는 이 5개국으로 몰려있다 (아프리카 내에 벌써부터 투자가 기울고 있다는 뜻). ML 3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허가 (Regulatory) 역량이다. 국가의 식약처가 정확하게 의약품의 기준을 확립하여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은 곧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수준도 높으며, 투자하면 성공할 확률 또한 높다는 뜻이다.
ML3 가 투자의 제 1 지표라면, Long-term off-take agreement 과 같은 제도와, 국가 예방접종을 위한 정부차원의 백신의 구매력, 현지 백신을 맞기 위한 시민들의 백신 이해도를 위한 교육의 정도, 시민들의 평균 교육 레벨-제약업체 직원 역량, 백신 생산을 넘어선 장기적인 국가차원의 지원 의향이 있는지, 국가적인 차원을 위해 투자를 따올 수 있는 보건 외교력이 있는지, 안전한 백신 유통 인프라가 있는지 등등 무한한 지표가 있다. 뻔한 이야기지만 - 결국에는 국가가 잘해야 기업도 잘하고 국민들도 건강하다는 결론이다.